우리는 뭐든지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길 3
● 방랑자가 되어
정처 없는 방랑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일제시대를 살아간 이들을 동경하기도 하였다. 그들에게는 삶의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았던가? 민족의 해방이라는 것. 그 후 앞으로 전진하던 중인 나의 성적은 제자리 걸음은커녕 뒤로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대학진학에 실패하였다. 실패라 하기는 좀 그렇다. 내 자신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 크게 노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인생을 오직 즐겁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고자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반대하셨다. 하나뿐인 아들이라며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걸어갈 목적지를 상실하였기에 큰 반항 없이 따라갔다. 그 후 대충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갔다. 물론 내가 공부하고 싶은 과도 아니었다. 대학 진학 후 나는 자유롭게 살고자 했다. 특히 교리교사회, 동아리 동문, 학과, 중학교 시절부터 사귄 친구들 등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잠자리와 화장실을 제외하고 나 혼자 지낸 적이 없었다. 이런 경험들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 방법이란 나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갈수록 답답함만 더해갔다. 살아가는 것이 한심스럽고 무의미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아버지께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리고 몇 년이 더 지나가고 세무사 사무실에서 경력을 쌓기 위하여 다녔다. 이 기간은 정말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
● 다시 찾은 길
어느 날 밤,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을 때였다. 방안에 혼자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이 나를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의 갑갑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엄청난 기쁨과 환희가 나를 찾아왔다. 그 후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 후 나는 독한 마음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하루 밤은 아버지, 하루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내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입회 후 매일 하는 묵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은 단순히 세상에 대한 나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통해서만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극적인 삶을 살아보고자 했던 철없던 어린시절의 꿈,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그들의 사랑을 받고자 한 욕구를 통해서도 하느님은 나를 부르셨다. 그 당시 하느님께 봉헌된 삶이 그렇게 내 눈에 비추어진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하느님께서는 내 삶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아니 언제나 나를 부르고 계셨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진다. 다만 내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였을 뿐이지. 이를 좀더 명확하게 해 주는 사실이 있다. 입회 전 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너무나도 무지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무모한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신중한 편이다.
이제 나는 소망한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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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3분의 첫서원 수사님들의 성소 이야기를 올려 드렸구요.....
다음부터는 새로운 인물(?)의 성소 이야기를 올려 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며.
성소 담당자. 봉하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