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자회는 성바오로 수도회의 선교활동에
성바오로수도회 2007년 성탄구유
이 구유를 위해서 유기서원 그룹이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렸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서로 나의 의견을 조금씩 양보하고 너의 의견을 받아들여 형상을 결정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가진 재주가 가난해서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구상한 것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 다시 서로의 의견이 교환되고 조금씩 양보하여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 드디어 구유가 바로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나만의 혹은 너만의 구유가 아닌 우리의 구유가 자리하게 되었다. 구유의 특징인 그림자와 구유에 오신 예수님을 산다는 것 즉 가난을 사는 것에 대하여 묵상하면서 짧은 이야기와 이 이야기에 덧붙여 짧은 단상을 적어보았습니다.
저희들의 노력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림자 놀이
햇살이 좋은 학교 운동장에서 술래가 된 아이가 친구들의 그림자를 밟는 놀이를 하고 있다. 어제 전학 온 소년이 ‘이 놀이 언제까지 하니?’ 라고 묻는다. 이 소리를 들은 소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술래가 다가오자 ‘조금 지나면 알게 돼’ 라고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 멀어져 간다. 그렇게 한 동안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하나 둘씩 운동장을 떠나간다. 전학 온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집으로 가기 위해 뒤돌아서다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졌던 것이다. 하늘에서는 태양이 자신의 온 몸을 구름으로 가리운다.
아이들이 그림자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나타날 때이다. 태양이 자신을 환하게 비추어 줄 때이다.
그림자는 나 자신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길은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의 주체로 나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리스도의 그림자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의 소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보다 온전히 살아가는 것임을 깨우쳐 준다.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그리스도는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참 나가 바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그림자로 조용히 한 생을 살아가신 두 분에게 이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는 힘을 길어 달라고 청해본다.
고슴도치의 눈물
햇살이 좋은 어느 날 형들과 놀던 어린 고슴도치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달려간다. 엄마는 어린 고슴도치에게 박혀 있는 바늘을 뽑아주면서 ‘조심해서 놀아야지’ 라고 이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던 어린 고슴도치의 입에서 ‘아야’ 라는 소리가 터진다. 가시를 뽑아 주고 뒤돌아서던 엄마의 가시에 콕 찔린 것이었다.
그러고 몇 해가 지났다. 외출을 나갔다가 지난해부터 몸이 불편하여 잠도 편히 주무시지 못한 어머니 생각에 집으로 달음질 한다. 어머니가 가만히 누워 계신다. 잠에서 깨어날까 조심조심 다가선다. 그리고 어머니를 찬찬히 바라본다. 그 눈가에 이슬 한 방울 한 방울 방울진다. 지난 날 자신의 몸에 박힌 가시들을 뽑아 주시던 어머니의 몸에 자신의 날카로운 가시가 이곳저곳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
우리들은 각 자의 삶 안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또 지금도 만나고 있다. 그 만남의 수만큼 영혼에 생채기가 생겨난다. 그 생채기로 인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고슴도치가 되어간다. 더 이상의 아픔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들에게 오신다. 공로를 쌓은 나가 아닌 가난한 우리들을 받아들이신다. 오늘도 이 가난함을 온 가슴에 안고 우리와 함께 하신다. 이 가난함은 부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너의 못남을 받아들이고 공동체의 허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아껴주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가난함을 온전히 살아갈 때 우리는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사신다’ 라고.
바오로의 해를 맞이한 바오로 가족 모두 이 말 앞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