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인은 성바오로의 표양대로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살아갑니다.
(창립자 G.알베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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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봉하 수사는 "시를 쓰며 삶의 여백에 하느님을 채우는 작업을 해왔다"며 "시를 통해 삶 속에서 하느님 기쁨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
▲ 호수에 새겨진 새들의 발자국은 |
호수에 새겨진 새들의 발자국은
이봉하 수사 지음/성바오로출판사/1만원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들에 핀 꽃들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산과 들을 좋아했고 눈이라도 오는 밤엔 뜬눈으로 지새웠다. 자연은 ‘시상’(詩想)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수도생활 30여 년째. 이봉하(티모테오, 성바오로수도회) 수사는 수도생활 절반이 넘는 세월 동안 수백 편의 시로 ‘하느님 사랑’을 노래했다. 수도자 겸 시인이다. 이 수사는 최근 10년 만에 낸 자신의 6번째 시집 「호수에 새겨진 새들의 발자국은」(성바오로출판사/1만 원)을 통해 더욱 깊어진 영적 감수성을 담아냈다.
이 수사는 1일 서울 미아동 성바오로수도회 한국준관구에서 만난 자리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이자 하느님 창조물에 대한 사랑, 가정의 소중함,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시집 속 69편 작품에는 소소한 일상부터 인간의 기쁨과 고뇌를 자연 만물과 극적으로 연결하기까지 수도자만의 감성이 묻어난다. 시는 ‘하느님 사랑’, ‘자연’, ‘기도’, ‘부모님 그리움’을 담고 있는데, 이 수사 특유의 유쾌한 시어(詩語)가 풍성하다.
이 수사는 작품 ‘스물아홉 번째 성탄’에서 신앙도, 종교도 모른 채 누나, 형 따라서 교회에 오갔던 자신이 스물아홉 살에 이르러 하느님 부르심을 받고 “길을 간다”고 밝혔다. ‘제발 버리지 말고 살려달라’는 원고지를 앞에 두고는 “정제되지 않은 글씨체들이 머리카락 부여잡고 나오려는지 머리통이 가렵다”(‘식지 않는 병(病)’에서)고 한다. ‘흔적’은 80대에 이른 어머니의 가슴을 ‘깡마른 새 두 마리’가 “검은 부리를 꽉 다문” 모습에 비유했다.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보다 더 예뻐. 오늘 파마하셨거든!” 하며 어린 시절 파마하고 온 예쁜 어머니를 회상하는 ‘엄마’를 읽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수사는 1984년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가 되자마자 강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이끌려 수도자 삶을 택했다. 수도회 재정을 담당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렉시오디비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단상을 시로 옮겼다. 이번 시집에 담긴 작품은 자연의 만물, 일상, 가족이란 소재 이면에 담긴 ‘하느님’, ‘사랑’, ‘기도’, ‘묵상’을 길어냈다.
2002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 수사는 「내 마음속의 바닷가」 등 시집을 펴내며 수많은 시로 ‘하느님 사랑’을 노래해 왔다. 시인협회 회원이자 가톨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 이봉하 수사가 태블릿PC로 그린 묵상 그림 '나는 문이다'. |
이 수사는 “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여백’이었다”며 “우주를 채우는 많은 피조물 사이사이에 있는 여백을 사랑과 기쁨으로 채우고자 했을 뿐이다. 시 작업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저만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수사는 시 쓰는 것뿐만 아니라, 밝은 느낌의 꽃과 나무, 십자가를 태블릿PC로 자유롭게 표현한 묵상 그림도 매일 그리고 있다. 이러한 미적 감각은 “목수였던 아버지와 국어교사를 꿈꾸고, 시를 쓰고 싶어 하셨던 어머니에게 받은 은혜”라며 “있는 그대로 제 작품을 보고 가족, 주님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99%의 빛이 있음에도 1%의 어둠 안에만 머문다면 기쁨을 느낄 수 없겠죠. 아무리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1%의 빛을 제대로 느끼고 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저는 주님 안에 제 마음이 무뎌지지 않도록 행복한 수도생활을 하며 살 겁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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