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총원에는 필리핀 수사님들도 함께 삽니다. 가장 나이가 어린 필리핀 수사님과 이탈리아어로 나이, 취미, 출신과 같은 기초적인 것들만 가까스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청난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제 3주밖에 안 되었는데 이 정도 이탈리아어를 하면 잘하는 거라는 칭찬을 듣지만, 역시나 답답해 죽겠습니다. 예수님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하늘나라의 신비를 어떻게 인간의 말로 풀어내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예수님의 불가사의한 기적과 표징, 놀라운 비유만으로는 인간이 하늘나라의 신비를 이해하기에 부족합니다.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면서 하느님의 바람을 다 이루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하며 복음을 선포합니다.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어 하느님의 신비를 나누신 예수님과 기도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되새겨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