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복음 12장 49절 - 53절
제가 수도회에 입회할 때 유일하게 반대하신 분은 돌아가신 친할머니이십니
다.
기도도 참 열심히 하시고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는데 왜 그토록
반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도회는 아주 힘든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셔서 '혼자 어떻게 살라고 하
나..'라고 생각하셨을까요?
아무튼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회를 한 셈입니다.
제가 입회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지요.
제가 입회한 것 때문에 돌아가신것 같아서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수의 입히시는 모습을 보고있을 때는 꼭 다시 일어나셔서 저를 꽉 붙잡으실
것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게 있었던 작은 분열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분열은 당신을 따르는 결정은 가족간
의 분열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수도회에 입회하는 분들 중에는 부모님이나 친지들의 반대가 심했던 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나름대로의 소명이 인간적인 여건들 때문에 반대에 부딪
히는 것이겠지요.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이렇게 각자 나름대로의 분열을 겪는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어머니를 모른채 하신적이 있었습니다.
참 혼란스럽죠?
사랑하라고 가르치시는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랑을 저해하
는듯한 결과를 가져다 주니까요.
...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가지고있는 고정관념을 깨어버리려고 하셨습니다.
가족의 인연...
이것은 단지 가족만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가족만을 위해서 다른 이들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단지 가족 만을 생각하는 인연에서 벗어나 좀 더 크고 넓은 사랑을 예수님께
서는 바라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만...'이라는 틀을 깨어버렸을 때 가족은 물론 다른 모든 이를 사
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친구, 친척... 모든 인연이 마찬가지겠지요.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더 많은, 더 넓은 사랑과 봉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연등으로 묶여있는 자신의 틀을 허물어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예수님의 불효(?)도 결국은 성모님의 더 큰 사랑을 위한 것이었
음을 알 수있습니다.
저의 입회를 반대하셨던 할머니도 하늘나라에서 이제는 기쁘게 내려다보고 계
시겠지요.
자식들의 입회를 반대하셨던 분들도 세례를 받고 누고보다도 열심히 신앙생활
을하는 모습을 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정말로 오묘하고 위대합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불신과 오해와 분열이었던 것이 신뢰와 이해와 화합으
로 바뀌니까요.
예수님께서 세상에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는 것은 결국은 사랑
을 심어주고 모두가 하나되게 하시겠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마음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하고 실천
하려고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이해 못하고 결국은 십자가에 못박기까지 한 바리사이들처럼 되어서
는 않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