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
내 수단 자락을 따라
줄줄이 매달린 까만 단추들
만지작거리는
손끝에서
어후, 간지러.
자꾸 도망치려 하네.
검정 물오리떼 줄지어
물위를 헤엄치듯,
잉크빛 가을 하늘을 나는
기러기들 행렬이듯.
내 몸에도
윤기나는 검은 새떼가 살아
솔그림자 진 가을밤
만월의 하늘 위로 나를 데려가네
세상의 모든 새들 모여 날개를 쉬는
푸른 늪 갈대밭을 지나
쩡쩡 갈라지는 얼음 바다
하늘 위까지.
그래 거기까지
나는 가겠네.
거기 영원의 바닷가에서
나 시간의 모랫결을 헤아리겠네.
지난 주에는 몸이 좋지 않았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어떤 일에 너무 마음을 쓰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을 쓰지 않기로 하고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다. 벌은 많이 자는 것, 읽지도 쓰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거였다. 그래도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건 마음 먹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고요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나도 예전에
성인이 되었겠지.
언젠가 말을 자제하려고 애쓰면서 하루종일 하는 말을 세어본
적이 있었는데 저녁 때까지 서른 다섯번이었다. 적게 한다고
애쓰면서 한 게 그 정도였으니 평소에 하는 말은 얼마나 많을까!
중요한 것은 아무리 내 마음이 공허해지더라도
다시 돌아가 힘을 얻을 어떤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그 어떤 곳이....
<200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