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하고
물으셨을 때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언자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
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알 수 있다.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언자들은
모두 백성들의 큰 존경을 받던 사람들로서 사람들이 그분을 존경하
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
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베드로는 과감히 그리스도라
고 하였다. 그리스도는 메시아로서, 그가 사람들보다 얼마나 그를
존경하고 그분께 큰 희망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의 이런 대답에 비로소 수난에 대한 예고 곧 고난과
버림받음과 죽음과 부활을 가르쳐 주셨다. 그에 대해 베드로는 펄쩍
뛴다. 사실 그를 이해할 만한 것이, 만일 내가 그토록 신뢰하고 희
망을 걸고 있는 사람이 경찰에 붙잡히고 사형수가 된다면 내 희망
이 사라지는 셈이 되니 나도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이처럼 그
분은 제자에게서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그분의 위대하심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내가 만일 예수님의 위치에 있다면, 또 그처
럼 제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면 수난과 죽음이 하느님의
뜻이라도 나는 인간적인 정과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그 뜻을
저버리고 내가 뭔가 해 주겠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분
은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시고 오직 그분 뜻을 따르기만을 원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하고 제자를 책망하신 것을 이전까지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자애로운 그분이 제자가 말 한번 잘못했다고 그처럼 욕
하시다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당신의 약함과 그 속에서도 오직
성부의 뜻만을 따르고자 하시는 당신의 강한 의지임을 알게 되었다.
그분 스스로 '내가 고난을 당하기까지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하고
말씀하셨고 게세마니 동산에서도 인간적인 약함을 보이셨다.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스스로 우리와 똑같이 되셔서 약한 우리에게
위로와 길을 보여 주신다.
나처럼 나를 드러내고 나의 능력으로 뭔가 해 보려고 하는 것이 아
니라 당신의 약함을 드러내 보이시며 당신 자신은 숨기고 오직 성
부의 뜻만 찾으시는 예수님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본받아 나
역시 내 형제의 약함에 함께 하며 그의 이익을 도모하여 믿음을 북
돋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