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기적을 요구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마르꼬 8. 11-1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속을 떠보려고 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말의 내용을 이 복음과 연관이 있는 마태오 12장 38절을 보면 "주
님, 우리는 당신에게서 기적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
씀으로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는 당신이 커다란 기적으로 메시아임
을 증명하지 않고서는 너무나 평범하여서 우리와 똑같은 당신이 메
시아라고 믿기가 어렵소.'라는 뜻이다. 이것은 바리사이파뿐만 아니
라 나의 자세와도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그분이 뭔가
확실하고 큰, 어떤 것을 보여 주시지 않고서는 참 믿기가 어렵다.
'내가 믿는 대상이나 사건이 내가 믿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건가?' 일상의 것들은 너무 평범하고 나나 이웃이 그것을 한 것같
아서 그분에게서 왔다고 믿기에는 참 어렵다. 이처럼 나는 의심이
많고 믿기가 참 어렵다. 이런 자세는 나의 본성이 그렇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분은 내게 믿음을 요구하신다. 그분을 먼저 믿
고 현상들을 이해하기를 바라시지 결코 어떤 커다란 표징이 있고
믿어 주기를 원하시지 않는다. 이처럼 믿음을 요구하시는 주님과
본성적으로 의심이 많아서 믿기에 힘든 나의 무력함을 볼 때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다. 그러나 그분은 오늘 내게 믿고자 하는
원의를 불러 일으켜 주셨다. 그것은 당신의 사랑 가득한 마음을 보
여 주심으로 이루어 주신 것이다.
주님께서는 나와 똑같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그들이 믿음이 없
다고 다만 단죄와 미움의 자세를 취하시지 않으신다. 그분은 그들
이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신이 역사하고 싶어도 역사하실
수 없어서, 그들의 영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깊은 안타까움을
가지셨다. 그들 역시 그분은 너무나 사랑하신 것이다. 주님은 그들
과 똑같은 나를, 믿음이 없다고 책망하시기보다 오히려 나의 불행
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 하고 계셨다.
믿음이 없이는 그분이 일을 행하실 수가 없다. 이것은 복음에서 여
러 번 나온다. 그분이 자기 고향에 가셨을 때 사람들이 그분을 믿
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은 기적을 행하실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파 사람들 역시 그분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이 그들도 사랑하셔서 그들에게 역사하시고 싶어도 못
하시고 바다 건너편으로 아픈 가슴을 안고 물러가실 수 밖에 없는
모습이 나온 것이다.
그분은 믿음이 없는 나를 단죄하시지 않는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
셔서 너무나 안타까워 하 고 계신다. 실상 로마서에서도 말씀하신
것 같이 성령께서도 내 안에 계시면서 내가 나를 사랑하여 나의 부
족에 대해 통탄하는 것보다, 그분이 나를 더 사랑하셔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나를 대신해서 간구해 주신다고
했다. 아빠 하느님도 이런 성령의 목소리를 잘 알고 계신다고 하셨
다. 나는 이처럼 그 크신 분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믿음
이 없어서 그분에게 미움 받아 마땅하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
를 불신하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나는 하느님을 그렇게 기
분 나쁘게 해 드리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그분은 나를 미워하시기
보다 나를 오히려 너무나 사랑하시고 계시고 나의 연약함까지 당신
이 떠 맡고 계시지 않는가! 주님, 당신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그 크신 존재에 찬미를 드립니다. 주님, 이제는 당신을 마음
아프게 해 드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믿겠습니다. 도와 주세요.
오늘 하루 믿음으로 살자. 특별히 성인으로 만들고자 하시는 그분
을 믿자.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증하고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증해 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능력이 없고 지식이 없
고 하는 등의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내
가 비록 아무리 덕이 부족해도, 또 성인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분이 내가 성인이 되기를 원하시고 그분이
만들어 주신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그분이 행하신다. 결코 포기하
거나 주저하지 말고 우스운 일이지만 믿어야 한다. 많은 성인들 역
시 그렇게 사셨기 때문에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나를 성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임을 믿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