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길 옆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울어댄다.
비가 오려는지 달무리가 진 하늘, 어스름한 하늘 아래서
개구리들이 목청 좋게 울어댄다.
이 녀석들은 혼자 내는 소리는 구악, 구악 하는 것 같은데
여럿이 내는 소리는 정말로 개굴개굴 하고 들린다.
날이 밝으면 개구리들은 도로 위로 올라와 있다가 자동차에 깔려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죽음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도로 위로
올라와 가만히 엎드려 있는 개구리들.
아칭에 학교 가다가 이런 녀석들을 만나면 자꾸 쫓으려 하지만
쉽게 움직이려 하지를 않는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고나 있다는 듯이....
닐 조던 감독의 영화 <크라잉 게임>에 개구리와 전갈 이야기가 나온다.
개구리와 전갈이 있었다. 둘은 강을 건너야 했는데 전갈은 헤엄을
칠 수 없었으므로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을 건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전갈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는 개구리는 거절한다.
전갈은 절대로 개구리를 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개구리의 허락을 받는다.
개구리는 전갈을 업고 강을 건넌다.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세찬 물결이 밀려와 둘이 물속으로 잠기자
놀란 전갈은 침으로 개구리를 쏜다.
죽어가면서 개구리는 전갈을 원망한다.
"약속해 놓고 왜 나를 쏘니?
둘이 다 이렇게 죽게 되는 것을..."
전갈의 대답.
"미안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것은 운명과도 같다.
전갈은 쏘게 만들어져 있고 개구리는 헤엄을 치게 만들어져 있다.
세상에 고통이 가득하며 그로하여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처럼.
그것은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질서일까?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하나 짐작하는 것은 우리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 안에 사랑이 있으므로 우리는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뿐.
먼 듯 가까운 듯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자꾸 나를 따라온다.
세상의 고통을, 네 안의 사랑을 외면하지 말라는 그 외침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