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혼자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평소에는 잘 하지 않지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노래는 이를테면
내면화된 노래, 마음에 배인 노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옷에 배인
풀물이 내내 지지 않고 남아 있듯이 그런 노래의 가락은 언제나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것 같다.
옛날 노래이긴 하지만 '부모'라는 노래가 내게 그런 노래이다.
원래는 소월의 시인데 누군가가 곡을 붙여 가요로 만든 것, 전에는 노래방에
가면 이 노래를 가끔 불렀었다. 요사이는 노래방에 갈 일도 없으니
어쩌다 혼자 일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흥얼거리는 것이 전부다.
부모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 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어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 했던 일들, 지났던 곳들.... 정말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몫은 우리 어머니에게 있다.
세상 만들기 전부터 하느님이 안배하심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세상에 나게 되었고 그 따뜻한 보살피심으로 온전하게 사람 노릇하게
되었으니 어찌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
아침 일찍 고향집으로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 받지 않으신다.
아마 밭에 일하러 나가셨나 보다.
직접 가뵙고 달아드리지 못하지만 붉은 카네이션을 드리고 머리 숙여
감사드리는 마음.
언제나 건강하게 거기 계셔주셔서 이 부족한 아들에게
힘이 되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