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복음 11장 25절-27절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월간 내친구들'에 연재 중인 '사부님 사부님'에 소
개되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역사가 깊고 전통있는 수도회가 있었습니다.
수도회의 명성 때문에 많은 수도자들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도회 원장 수사님은 뛰어난 영성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겸손하
신 분이었지요. 하느님과 가까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어느날 원장 수사님 꿈 속에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형제들의 생활을 꾸짖으셨
습니다. 겉으로는 기도하는것 같지만 속으로는 온갖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차
있다고...
그러나 오직 한 사람만이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장 수사님은 그게 누구냐고 하느님께 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머리에 왕관을 쓰고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웬 왕관?
...아무튼...
원장 수사님은 다음날 아침 모든 형제들을 불렀습니다.
마당에 모인 많은 수도자들. 그러나 왕관을 쓰고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원장님은 모두가 다 모였는지 확인을하였고 부엌에서 허드렛 일을하는 사람
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를 불러오너라.'
'....'
그 사람이 원장님 앞에 나타났을 때 원장님은 화려하고 영롱한 빛을 내는 왕
관을 보았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죠.
다 낡아서 구멍이 나고 여기저기 기워서 누더기가 된 옷을 입고 얼굴은 지저
분 했지만 눈동자는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을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도자들에게 그를 본받아야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부엌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하면서 다른 수도자들의 멸시와 놀림을 받으
면서도 묵묵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자신을 멸시하는 수도자를 위해 기도했습니
다. 그런 생활이 하느님께 기쁨을 드렸던 것이지요.
그날 이후 수도원의 모든 수도자들은 그에게 용서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수도원을 떠나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는데요.
하느님께서는 지식이 풍부하고 여러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비록 좀 부족
하고 무식하지만 꾸준하고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사람을 선택하십니다.
자신이 무식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주위에서 놀려대면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런 수치심과 자존심 마져도 서슴없이 버리고 하느님을 따
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느낀것입니다.
저도 늘 무능하고 보잘것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 노력하는게 없어요. 꾸준하지도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이건 게으름이죠. 하느님이 바라는 그런 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저를 꾸짖으면서 위의 그 사람처럼 실천하려하지만 너무나 힘이듭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저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
야겠지요.
이렇게 계속 나를 보게되면 좀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