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듣지도 못했을 뿐더러
못 알아 들었으면 다시 물어봐야 할 터인데도
왠지 확실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묻기 조차 두려워했다.'는 말씀이
그런 뜻이 아닐까요?
예를 들자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늘 복음 말씀 중에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부터 그렇습니다.
누가 오리를 가자는 데
십리를 가 주어라는 말씀이나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들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씀 등등,
사람의 아들이 수난을 당하고 죽어야 한다는
'고차원적인' 말씀까지 굳이 나오지 않아도
벌써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왠지 거슬리고 안 들은 걸로 하고 싶어도
여쭤보고 확실히 해두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는
심각한 문제가 걸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때가서 '몰랐는데요', '미안합니다' 라고
해결 될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거슬리고 있을까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겠지만
예외없이 일부러라도 한번 더 귀담아 들어야 할
일입니다. 양약은 입에 쓴 법이 아니겠습니까?
거슬리면 거슬릴수록 병이 중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고 뭘 하면
그 나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뻔히 알고, 알 수 있으면서도
이 몸뚱아리는 죽어라 말을 안 들으니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느끼신 적이 있으시죠.
그래서 그분은 셋째 하늘까지 가셨으면서도
스스로 실격자가 되지 않으려고
당신 몸을 사정없이 단련하셨다고 쓰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당신을 본받으라고 말씀하신
바오로 사도의 이런 점은 정말 꼭 본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