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가끔씩 영산강을 건너던 기억이 난다.
목포에서 기차를 타고 지금은 없어진 사포역에 내려
신설포까지 가면 나루를 지키는 할아버지가 작은 발동선에
태우고 강을 건네 주셨는데 나중에 생각한 거지만
그 배의 엔진은 화약으로 실린더를 데워야 하는 소구기관이었다.
당시에도 보기 힘들었던 그 구닥다리 엔진은 소리만은 우렁차서
강을 건너는 동안 '땅땅땅!'하고 몹시도 시끄러웠다.
그러다가 반대쪽 언덕에 가까이 가면 엔진을 끄고
지금까지 온 타력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늦가을쯤 되어
갈대들이 무성한 강변으로 조용하게 미끄러져 들어갈 때면
마치 내가 지상이 아닌 어디 딴 곳에 있는 것 같았었다.
고요함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것은 정말 저쪽 언덕, 피안으로
향하는 것 같았달까.
그 속에서 소리를 낸다는 것은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여겨지곤 하는 것이었다.
이번 달에는 내가 번갈아가며 맡는 주일 전례 당번이다.
덕분에 주송자가 되어 묵상 시간이 끝나갈 무렵 성무 일도의
시작을 알리는 호칭기도를 바치는 것도 내 몫이 되었다.
우리는 사도의 모후께 바치는 호칭기도로 묵상 시간을
마감한다.
하지만 묵상에 잠긴 성당의 고요를 깨는 일은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입 안으로 몇 번 되뇌어보고 입을 연다.
"사도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높고 낮은 마음속 소리를 골라 온전한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엔 내 안에 잡다한 소리들이
너무 많은 것일까. 그래서 그러기 싫으면서도 결국엔
나도 소음 속으로 다시 돌아오고 마는 것일까.
<2001.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