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하지만 이상이 없이 인간은 살 수 없고
현실을 무시해서도 우리는 공허한 존재가 된다.
어쩌면 이상은 끊임없이 현실 안에 육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 없이는 이상은 언제까지나 '현실과 다른' 어떤 것에
머무를 뿐이다.
2.
사람은 자라면서 '나'를 만들어 간다.
일과 사람과 시간 속에 때로 맞서면서 때로 동화되면서
'나'를 만들어가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나'가 만들어졌을 때
다시 '나'를 허물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때로 삶은 나선 계단을 따라 건물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3.
매일 아침이면 숙제가 주어진다.
그날 하루 동안 풀도록 하라는 하느님의 숙제.
숙제에 진지하지 않으면 그것은 계속 미루어지고
나중에 정말 어려운 문제가 된다.
4.
내가 매일의 삶에 성실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나는 불안에 빠진다.
질서 잡히지 않은 일상은 질서 잡히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다시 마음을 모아 번다한 곳으로
향하는 생각들을 거두어 들이자.
오직 한마음으로 겸손되이 시작하자.
<200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