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주간 토요일 복음(마르 3,20-21)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친척들이 붙들러 나섰다는 이
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셨지만 쉴 사이도 없이 밀어닥치는 군중.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이 돌아다니는 예수.
어쩌면 예수는 정말로 정신이 나간-새번역-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차적인 욕구들조차 마다하고 생전 보지
도 못한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 우리가 알고있는 보편적인 통념이다.
보편적인 통념,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우리는 미친 사람들이라고 부르니
까....
그렇다면 과연 예수만 미쳤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미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역시 미친 사
람들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문호(文豪) 노신의 '광인 일기'를 감동적으로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피해 망상증에 걸린 주인공과 똑같은 증세를 갖고있는 사람과 한동안
함께 살게 될 줄이야.
그 뿐이 아니다.
언제나 큰 소리를 치고 일을 벌여놓고서 끝에는 모든 책임을 주위 사람들에
게 전가시키고 도피해 버리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큰 소리를 떠벌리고 다니
는 과대 망상증 환자 역시 내 주변에서 살고 있다.
또, 커다란 집과 드넓은 땅을 모조리 팔아먹고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는 도
박 중독자도 있다.
인생의 이른바 성공이라는 정점에 올라섰으면서도 알콜과 약물에 미쳐 일순간
에 나락으로 떨어진 인텔리도 보았다.
끊임없이 바람을 피워대고 망신을 당해도 여전히 여자만 보면 사고를 치는 이
웃집 아저씨도 있다.
그런 극단의 사람들이 아니라도 우리 주위에는 사랑에 미친 사람, 섹스에 미
친 사람, 돈에 미친 사람, 명예에 미친 사람, 인끼에 미친 사람, 권력에 미
친 사람, 이루지 못할 꿈에 미친 사람, 예술에 미친 사람, 쇼핑에 미친 사
람, 일에 미친 사람, 온갖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것들에 미친 사람들이 무
궁무진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특별히 미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나도 미쳐있기 때문
일 것이다.
미치고 안미치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사들은 말하기를 자신이 이상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이상이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신병 환자와 오랜 동안 살아본 경력이 있는 나는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의사들은 절대적인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는 부족했다.
그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고, 돈 보스코의 말대로 그 사랑을 받고 있음
을 스스로 느끼도록 온갖 애를 썼지만 늘 사랑을 목말라하는 그의 끝없는 욕
구를 채워줄 길이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기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한 집에
서 오랫동안 살아 정이 든 아이들이었음)...... 그 아이들을 보살피고 도와주
는 눈길은 언제나 촉촉이 젖어있어 만족과 평화를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귀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했으며, 두려움
도, 이기적인 욕심으로 똘똘 뭉친 옹벽도 스스로 쉽게 허무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순간에는 병마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씀의 진실을 눈으로 확인
했던 것이다.
그래, 기왕에 우리가 무엇에든 미쳐서 살아가는 것이라면 사랑에 미쳐 살아
야 행복할 것이 아닌가.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떤 사랑을 선택할까?
받아도 받아도 한없이 목마른 사랑은 너무 외롭다.
차라리 주는 사랑을 택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표징으로 보여주셨는데도 나는
그것을 왜 두려워하는가.
사랑에 대한 응답이 없을까 두려워하는가?
예수의 사랑방식!
만나는 한 사람마다 세상에서 사랑을 쏟아야할 단 한 사람인 것처럼 사랑하
고, 홀연히 떠나가는-기대지 않는- 사랑이라면.....
사랑을 퍼주는 일에 미친 예수.
사랑을 받으려는데 혈안이 된 군중.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
진정 행복을 원한다면 얼른 예수님의 뒤 편으로 돌아오라.
진정 외로운 게 싫다면, 목마른 게 싫다면 냉큼 줄을 바꿔서라.
예수님의 뒤편, 그것이 제자의 길이다.
행복을 선사해주시려는 예수님의 초청이다.
알면서도 가지 못하는 나는 정말 정신이 나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