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초 셋. 보라, 분홍, 연분홍 초에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하얀 초에 불이 밝혀질 날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성탄입니다.
수련 수사들이 꾸며놓은 올해 대림환은 참 아름답습니다.
희고 둥근 성체 모양이 대림초 네 개를 감싸안듯이 뒤에 서 있고
수도회의 로고가 있고 막내 수녀님이 장식한 종려가지와 이름 모를
하얗고 분홍빛 나는 꽃들이 대림환을 꾸미고 있습니다.
성탄이 가까워올수록, 조용하지만 기쁨에 찬 수런거리는
마음들이 느껴집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던 이천 년 전 그 때도 그랬을까요?
송이눈이 날리는 베들레헴의 밤풍경.
사람들은 부산하게 오가고 마굿간 앞에서 나귀가 히히힝 울고
멀리 들판 쪽에 목동들의 불빛이 보였을까요? 그 대기는 농밀한
기쁨으로 가득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서원하고 처음 맞는 성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갈멜의 봉쇄 수도원 안에서 성탄이면 연극을 준비하곤 했다는
예수 아기의 성녀 소화 데레사처럼 묵상 기도 때 가끔 졸고
가끔 울고 하면서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하느님의 작은 새도 가끔 존다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이천 년 전 그 밤 들판에서 예수님을 기다리던
목동들도 가끔 졸기도 하고 그랬을 거예요.
세상은 온통
짙은 밤색 어둠.
양들, 염소들 웅크리고
가끔 매애 거리는 소리.
졸음에 겨운 목동 하나
얼핏 올려다 본 하늘에
희고 푸른 별
더 할 나위 없이 빛나
새끼양 한 마리 안은 것처럼
그 가슴에 따뜻한 기쁨이
가득찼다....
<2000.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