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쏘주 생각
요한 20장 2 -8절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
오늘 한 수사님이 공동체를 떠났습니다. 이렇게도 추운 날에...
너무 잘 살지 못했기 때문에 간 것이 아닙니다.
너무 잘 살아서 이 곳에 남은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은 다른 곳에 선물이 있는 것이구,
나는 이 곳에 선물이 있는 것입니다.
섭섭합니다. 착한 사람이었는데...
잘되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교만의 모습을 버리고 겸손의 은총을 간구해야겠습니다.
'나는 이 곳에서 꼭 살겠다'해서 사는 게 아니고
'나는 이 곳이 싫어'한다 해서 살지 않는게 아닙니다.
저는 제가 제발 깨끗한 척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제발 잘하는 척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뛰어난 척하고, 알고 있는 척하고, 착한 척 하는 위선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주님 앞에 투명하게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에 눈살 찌푸리기전에 자신을
먼저 성찰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無'의 상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은 주님이니까요.
귤 한 개가 온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듯이,
주님의 향기가 나를 온통 채워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는 정말 좋겠습니다.
저도 주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떠난 수사님도 주님의 한량없는 사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쏘주가 생각나네요.
귤 한 개
-박경용 (1940~)
귤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
짜릿하고 향깃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짝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
200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