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속의 동화(Not one less)'를 보았습니다.
장이모 감독의 영화. 칸 영화제에선가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남루한 차림이었지만 빛나보이는 아이들. 재재거리는 귀여운
중국 아이들 모습을 보며 옛날 내 꿈이 선생님이 되는 거였다는
사실을 떠올렸지요.
어린 아이들의 꿈은 대개 좋아하는 사람, 이상형에 따라 결정된다지요.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어떤 수녀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대개 유치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이 나와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겠습니다."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대요.
어느 해엔가 남학생 녀석이 하나가 "나는 커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서 좌중을 웃겼었대요.
평소에 경찰이 되겠다고 말하던 아이였는데 아마 졸업식을 앞둔 날
밤에 속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모양이라고, 하하, 그러더군요.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던 것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
선생님들이 많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지요.
대처에 나와 자취를 하면서 철없이 학교만 오가던 나를 엄마처럼
돌보아 주셨던 선생님, 형편이 좋지 않아 수학 여행에 가지 못한
나를 데리고 당일치기 여행을 가주셨던 선생님....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았는데도 그때 그분들보다 더 나이가 든
나는 지금, 그분들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부끄러워지는 마음입니다.
이 영화는 오래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습니다.
중국의 벽촌에 대리 교사로 온 열 세살 꼬마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
라는 걸 영화 잡지에서 보기도 했지만 누군가가 메일을 보냈었거든요.
거기 나오는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장휘거와 내가 무척 닮았다고요.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굳이 그 말을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흥, 그러는 댁은 웨이민쯔 선생님하고 판박이인 걸."
하고 대꾸해줄 셈입니다.
칠판 앞에 선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뒤통수가 보입니다.
색분필로 天을 쓰고 水를 쓰는 아이들.
그 모습들 사이로 옛적의 선생님들 얼굴과
내 얼굴과 그리고 정다운 첫사랑의 모습이 지나갑니다.
오래 전의 내 꿈과 함께......
<2000.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