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잘 보고, 그 사람을 외적으로 비판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 그렇게 하곤 한다. 그런데 참으로 중요한 것은 그
렇게 남을 비판하는 것은 나 자신이 자신의 생각에 어떤 오류와 왜
곡이 있는 지를 모르는 봉사라는 점이고 내 생각에 참으로 어떤 확
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나도 부족하고 무지하며
그 역시 부족하고 무지하다. 서로 그러한데 서로 남이 부족하다고
뭐라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완전하신 그분 앞에서는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다. 그분이 우리에게 '너는 이것이 부족하고 너는 이게
잘못되었고...'하신다면 우리는 어떻하겠는가! 그러나 그분은 우리 모
두 아무에게도 비판하지 않으신다. 오직 우리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신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은 우리 모두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분은 지금 이 순
간도 우리를 위해서 간구하시고 계신 분이시다. 그분의 침묵은 우리
의 부족과 죄를 받아들이시고 오히려 우리 잘못을 메꾸어 주시는
사랑의 모습이다.
그분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시니 그분의 사랑에 보답하여 그분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해 그분이 하신 것처럼 형제의 부족을 참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잘못을 보속해 주어야 하겠다. 만일 모두가 이렇
게만 산다면 우리 세상은 참으로 천국일 것이다. 이처럼 주님은 우
리가 잘 되기만을 원하시는 좋은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