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복음묵상/마태6,7-15/3월3일
하느님을 알지도 믿지도 않은 이방인들에게는 하느님은 아예 없는
분과도 같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다. 그래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오늘 복음 말
씀처럼 '많이 해야 한다.' 항상 자기 기준에 두고 자신의 마음에 들
게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그런 노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부족한 것인줄을 알면 자기가 바라는 모든 것에 대한 희망도 잃어
버리고 더 이상 노력을 않거나,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그 길은 엄청
난 고통의 길이 된다. 그런데 주님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그런 위험
을 경고하셨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한 정성과 일이나
기도의 양에 따라 성공과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행하
는 모든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은 것이고 그분을 모르는 데서 나오
는 행위이며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행위는 한마디로 복음 말씀처럼
'빈말' 곧 헛된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정성에 의해 좌지우지 되시는
분이 아니시다. 그분이 주시고자 하셔야 우리는 받을 수 있다. 그러
면 우리가 기도하고 봉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 복음에서 주
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그분은 "너희가 구하기도 전에 벌써 필요
한 것을 알고 계신" 분으로서 그분은 오직 사랑이시기 때문에 언제
나 사랑의 눈으로 내 필요를 살피시고 주기만을 원하신다. 십자가에
못박힘으로써 하느님의 모습을 알려 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도 잘 알 수 있다. 모두가 그분을 조롱하고, 그분의 제자들까지도
그분을 버렸지만 그분은 이 모두의 죄를 대신 보속하시기 위해서,
사랑하시기 위해서 기꺼이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셨다. 쓸개와 초로
십자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지만 거절하시고 기꺼이
모두를 위해 고통받으셨다. 이처럼 그분은 아무도 그분을 알아 주지
않아도 또 그분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하지도 않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고 주시는 분이시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모든 행위와 기도의 이유가 나온다. 그분이 다 주실 것이므
로 나는 고마움으로 이 모든 것을 하게 된다. 또 이런 믿음에 기초
할 때 우리의 노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게 되며 그래서 우리의 노력
이 부족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며 그분의 은혜로움에 의해 더욱더
그분께 가까이 가려고 정성을 쏟게 된다. 이런 믿음에 기초하여 성
바오로처럼 빚을 진 자, 거저 받은 자임을 알고 그래서 그분을 기쁘
시게 해 드리기 위해 여타의 모든 행위를 기쁘게 해야 한다. 그러므
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간에 이런 믿음을 기초로 하여 감사
의 마음으로 기쁘게 행해야 할 것이다.
내적인 지향의 정화 곧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근거하는 믿
음이 필요하다.
1998.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