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금요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
요즘은 탄력있는 몸매로 싱싱하고 건강한 춤과 함께 정열적으로 노래를 부르
던 클론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강원래가 교통사고로 척추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TV에 얼굴을 보인 강원래의 곁에는 십년 동안 사귀었다는 여자친구
가 있었는데 부상당한 이후로 줄곧 병상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미안하지 않냐'고 서로에게 질문을 했다.
그들은 만일 입장이 바뀌었어도 당연히 그들의 머리맡에는 서로가 있었을 것
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룹 클론의 다른 멤버 구준엽에게 할말은 없냐고 묻자...
정말 힘들고 괴로운 사람은 그 친구일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오로지 부닥친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강한 의지와 할 일이 있을
뿐 다른 생각도 못하는데, 그 친구는 무엇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기 때문에 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 머리를 고정시켜놓
은 묵직한 쇠붙이를 달고있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으로 옆의 여자친구에게 할 말이 없냐고 하니
까....
'짜증을 부리지 말라'고 하다가.....목이 메어 눈을 감아버린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반대로 표현하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진심을 드러내고
야 만다.
한참을 뒤로 젖히고 눈물을 흘리는 동안 뒤에서 받쳐주던 여자의 눈에서도 폭
포처럼 눈물이 흘러내렸고....시청하는 나도 울어버렸다.
오늘의 독서(집회: 6,5-17)은 성실한 친구에 대한 예찬과 함께 그런 친구를
만들기 위한 처세술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안전한 피난처, 보화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는 진실한 친구는 딱 한사람이어
도 좋다.
이런 친구를 갖기 위해 먼저 친구들을 시험해 보라고 권고한다.
소위 잘 나가는 처지였을 때는 친구들이 들끓다가도 불행이 닥쳐오면 발걸음
조차 않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수들은 멀리하고 친구들도 경계하라'는 것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
는 최소한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동서(東西)의 현자(賢者)들이 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영남의 말처럼 우리의 예수님은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이는 튀는 말
씀으로 혼란을 일으키신다.
'원수를 사랑하라.'
그가 나중에 배반을 할 것인지 어쩐지 따져볼 필요도 없이 그냥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다.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는 이웃의-친구의-범위가 아예 제한선을 두지 않는
다.
네가 이웃이 되어주라고....네가 그런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라는 것 아닌가?
오늘 복음(마르 10,1-12)은 어떤가?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은 허락했지만' 예수께서는 이것
도 안 된다고 하신다.
남자가 마음대로 여자를 버려도 되었던 시절, 이혼장을 가진 여자는 다시 재
혼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서 율법은 마지못해 이혼을
묵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율법은 이유만 타당하다면 이혼해도 상관없다는 식으
로 오용되고 남용되었던 것이다.
타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의 율법학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간음이나 풍기문란 같은 것에서부터 음식을 태우는 것, 심지어 남편 눈에 거
슬리는 행위까지가 이혼해도 좋은 이유가 되는 것이다.
한번 정이 식으면 발뒤꿈치도 미운게 사람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위를 하면 내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마음대로 쫓아낼 수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예수께서는 이런 식의 혼인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해버린 이혼에 대하여 단호
하셨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버릴까'를 궁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몸을 이
룰까'만을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편만이 아니라 아내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리임을 밝혀
주신다.
한마디로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잘 살 때
나 못 살 때나, 성할 때나 병들어 있을 때나, 죽는 날 까지 서로 사랑하며 충
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주례사(主禮辭)를 해 주시는 것이다.
세상 하직할 때까지 내 곁을 지켜줄 한사람의 충직한 친구!
멀리서 찾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못나도 잘나도 나의 곁에 항상 있어주는 반쪽의 살과 뼈.
가끔은 원수가 되기도 하는 그를....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그래야 단
하나의 진실한 친구를 갖게 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