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유난히 많이 왔던 올 겨울도 조금씩 그 끄트머리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입춘이 지나고 나서는 제법 햇살이 따뜻해졌습니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장독대에 햇살이 가득 내려앉고 강아지 녀석이
그 옆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햇볕 속에 조을고
비둘기 두 마리가 강아지 밥그릇 옆에 앉아 제 것인양 늦은 점심을
들고 있네요.
생각해보면 점심이라는 말은 재미있습니다. 점심(点心).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니까.... 하루의 가운데에서 마음에 점을 찍고
우리는 무얼 기다리는 걸까요.
저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에 사는 이누이트 족의 말로 겨울은 우키우크랍니다.
그네들의 계절에는 우피릉가크사자크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봄을 향하여'라지요. 이누이트 족 식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우리는 우피릉가크사자크에 있는 셈입니다.
미숙한 물개 새끼가 태어나고 개가 달릴 수 있을 만큼 눈이 단단해지는
계절. 하지만 여기서 아직 강아지는 졸고 있고 비둘기만 분주합니다.
겨울의 복판에 있던 내 마음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으니
야 하-- 기지개를 켜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머지 않아 철새가 날아오고 순록이 새끼를 낳을 테니까요.
때가 되면 어김없이 겨울 가운데에 봄을 데려오고
언땅에서 싹을 틔우는 하느님께 감사를!
그분은 죽음 위에서 생명을 깨우시는 분이시니...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
죽은 이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대 위에 그리스도 빛나시리라.
-에페 5,14-
<2001.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