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5주간 금요일 독서(창세 3,1-8)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탄성을 지르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바로 그 자신의 분신과 같은 이의 꼬임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결과
를 나았다.
절제하지 못한 욕망이 문제를 일으켰다.
명분이야 그럴 듯 하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고 모든 것을 잘 판별하게 되면 얼마나 좋겠는
가.
하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윤리적인 善惡을 말함이 아니라 피조물
의 한계로써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지고(至高)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나무의 열매를 탐낸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하느님 영
역의 침범이요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피조물이 조물주가 되려고 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첫 번째의 계율인 금단의 명령은 실은 하느님의 너그
러운 배려임에 틀림이 없다.
'도저히 못 올라갈 나무이니 올라가려고 하는 시도를 하지 말아라.'는....
올라가려 해서는 끊임없이 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어 초라해지고 실망
하게 되는 불행이 기다린다는 사랑의 충고였다.
고대인에게 지혜의 상징으로 통했던 뱀.
결국 지혜가 있다는 인간이 지혜를 오용하고 남용할 때, 인간에게 파멸을 불
러일으키게 된다는 상징이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
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동산의 <모든>나무를 다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고 과장하여 유혹한다.
세상에 온갖 좋은 것을 다 가지고 있어도 단 하나 다른 이의 것마저 탐내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마치 전부나 되는 듯이 불행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빗대
고 있는 듯하다.
여자의 대답에서도 과장이 들어있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만지지도> 말라고 하시
지는 않았다.
하느님의 명령에 불만이 있었음을 은연중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여자의 허점을 발견한 뱀은 즉시 발목을 잡는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정체라는 것이 결국 하느님처럼 되는 것이었음
을 창세기 저자는 뱀의 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음에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모든 상황이 역전되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는 탐욕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결국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인 남자에게도 명령을 어기
게 만든다.
죄의 속성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확산되는 성질이 있다.
눈이 밝아진 후의 결과는 자신들이 알몸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몸을 가
리웠다는 것이다.
알몸-그것은 자신이 흙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었음을, 그 피조물의 한계를 철
저히 느꼈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느님이 되려고 한 욕망의 끝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한계의 쓰라린
체험뿐이었다.
처음엔 순수하고 아름답던 사람들.
작은 욕심이 점점 커져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많은 좋은 것들의 가치
를 잃어버리고 불행을 자초한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도 처음에는 무료한 시간에 딴 생각들지 않도록 어설
프지만 매일의 묵상을 기도로써 봉헌하려는 목적이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메일을 보내주는 보람도 느끼며
그 분들에게서 힘을 받으면서 점점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순수하던 마음이 점점 변질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 잘 써야지....몇 명이 조회를 하고 있나?......어떤 평을 하고 있
나?.....왜 아름답고 간결한 글을 쓰지 못할까?....'
이따위 생각에 발목이 잡혀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기도한다는 생각은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투병중이고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제 일차의 계율인데
도 쓸데없는 짓거리로 나를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느님은 부드럽게 나에게 이르신다.
"그런 나무 열매를 따먹는다면.....아니, 그것에 집착한다면 반드시 너는 죽
을 것이다."
무덤을 파고 있는 내 행각에 끝을 낼 시간이 다가왔나보다.
아니면 마음을 다시 고쳐 먹든지....
정말 죽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