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복음(마르코 7. 1-13)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순진한 '순둥이'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내 자신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고정된 사고의 틀에
박혀 있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사춘기를 막 들어서는 시기) 반황 아닌 반황을 하던 시절
세상의 완고함이, 고지식함이, 안일함이 싫어서 부르짖던 세상을 향한 순수
와 열정은 어느새 내 몸 속에서 무사안일한 마음으로 자리하여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푸르던 마음이었건만,
그렇게 맑던 두 눈이었건만,
세속의 동조자가, 방관자가 되어버린 모습이 부끄러움만을 더해갔다.
바다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소년이었던 나는
오늘 새로운 표징을 알리는 아침 바다의 햇살을 받았다.
이사야를 통한 주님의 그 목소리는 내 심장을 뚫어 인간의 허망한 꿈을 품은
마음에 박히고 말았다.
"입술로만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있구나. ....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은 버라고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
그랬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노래하면서 세상의 규칙을 앞서 찾았고,
사랑을 말하면서 속은 시기와 질투. '잘 하면 얼마나 잘 하겠어. 두고보자'라
고 하는둥, 일련의 일들을 뒤돌아 볼 때, 내 마음을 고개 숙이게 했다.
이제는 바다를 싶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젊은 소년의 맑았던 마음과 푸르른 삶은 새로운 표징으로 다가온
주님의 바다에서 빛으로 솟아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순례자의 처지에서 서서 새로운 복음을 마음으로 부터 받아들이
는 신앙인의 처지로 즉, 순명과 겸손으로 가리워진 세상의 눈꺼풀을 떼어내
고 구원의 기회로 카이로스(kairos)의 문을 활짝 여는 언행일치의 삶을 사
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마음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