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복음 17장 1 -16절
관계에서나, 개인의 신상에 관한 일에서나
무언가 트러져서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는
'화해와 용서'라는 모습은 내게 절실히 다가온다.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없이
산다면 좋을까?
아무 일도 없이
아주 조용히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그것은 천상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내가 관계 속에서나, 나 자신과
화해하고 용서한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추운 겨울 날
내가 덮는 담요에 난 구멍을
평화롭게 바라볼 줄 안다는 것이다.
조그만 틈새 속으로
매섭게 들어오는 바람에 나를
내어 놓을 수 있음이다.
담요의 구멍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옴과 더불어
나에게는 별이 들어온다.
종종 놀라는 것은 나를 힘겹게 하는
그 약점과 한계를 타고
따스한 하느님의 손길이
나를 감싸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자주 그 구멍은 나의 삶에
멈칫거리게 하는 요소로 변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믿음이 필요하기에
예수님은 오늘의 복음에서
믿음을 강조하신 것이 아닐까?
내가 예수님의 마음과 시선을
닮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겸손함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단련이랍시고
나를 가혹하게 몰아세운 것에 대해
'나'에게 용서를 청하자.
조금의 틈에도 괴로워하며, 또 무시했던
'나'에게 용서를 청하자.
주일 복음에서 과부는 구차함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했다.
자신과 또 타인의 구차함보다는 그 위에 내릴
은총에 시선을 둘 수 있는 믿음을 청하자.
용서를 함에도
용서를 청함에도
멈칫거리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알아야 한다.
예수님의 한정없는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