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피정을 하려고 본원에 올라와보니
낯선 형제가 한 사람 와있다.
수도 생활을 생각하고 있는 성소자 형제라고 한다.
생각에 잠긴 얼굴, 선택을 앞에 둔 사람의 모습에 문득
예전의 내가 생각키웠다.
무언지 확실치는 않지만 더 좋고 자유로운 삶, 기쁜 삶을
찾아 수도원에 들어온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아무래도 더 점잖아지고 수도원 분위기도 몸에 배었겠지만
처음에 품었던 그 마음은 참 맑고 깨끗했었던 것 같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소중하고도 가치 있는 것.
그렇더라도 내가 다시 그 첫마음 같이 맑고 순수했던
시절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2.
연세 많으신 어떤 비구니 스님의 이야기.
.... 어렸을 때 암자에 가서 공부를 했던 때가
있었어요. 아무 철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래도
스님들이 기도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공부하고 남는 시간은 스님들 맨 밑자리에
앉아 함께 기도하곤 했지요.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큰 스님을 찾아가 저도 출가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스님이 나를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시더군요.
"글쎄 너한테 그런 복이 있을거나..."
결국 그 스님한테서 머리를 깎고 출가를 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삶이 있고
사람들은 그 중의 어떤 삶을 선택한다.
모든 순간을 충실히 누리며 살고 싶어 지금 여기 와 있는
나는 그 연세 높으신 은사 스님 말씀처럼
모든 순간을 충만히 누리는 그런 복을 살고 있는 것일까...
3.
이 삶, 이 죽음과 견주어볼 때
지나온 생도, 다가올 생도
한낱 호흡의 낭비로만 보였다
W. B. 예이츠
'죽음을 예견한 아일랜드 비행사' 중에서
<200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