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복음 11장 14절-26절
수도자로써 살아가다보면 일반신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문제를 심각
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쩔 수 없는 상황, 너무나 급박한 상황에서 생긴 실수도 수도자들에게는
크나 큰 죄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뭐, 이런걸 가지고 죄책감을 느끼고 그러나...'라
는 생각이 들정도로 수도회의 분위기가 거룩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수도자나 성직자는 일반 신자들이 생각하는 죄를 다르게 받
아들이는 것일까요?
수도생활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런 깨끗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지 때문에 아주 조그마한 일도 깊이 생각하
고 매순간을 묵상하고 반성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깨끗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악마의 유혹이 더욱 강합
니다.
더 흉폭한 악마를 데리고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찌 유혹이 없겠습니까?
그런 악마의 유혹과의 대결에서 의지가 강할 때 작은 죄도 크게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아주 사소하지만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처음부터 유혹의 싹을 베어버림으로써 의지를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수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유혹에 빠질 때도 있고 걸려 넘어지기도 합
니다.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인간이 어떠한 유혹에 빠짐도 없이 완벽하다면 그건 하느님이라고 할 수 있겠
지요.
인간인 우리는 단지 하느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저도 수도생활을 한지 3년이 되어갑니다.
입회 할 때의 그 뜨겁던 열정이 조금은 식은게 사실이지만 그 열정 대신 또
좋은 것도 많이 얻었습니다.
그 중에 겸손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앞에서 말한 사소한 죄를 큰 죄로 받아들이는 것도 좀 꼬아서 이야기하면 겸
손이라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악마의 유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저도 엄청나게 많은 유혹에 빠져서 허우적 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유혹도 제가 그만큼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금방 물리
칠 수 있습니다.
수도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것은 빛으로 나아감, 즉 자신의 가리워졌었던 모든 것
이 밝은 빛 앞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날 때 숨기고 싶고 피하려고 합니다.
그럴 때 하느님의 빛에서 숨는다면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겠지요.
악마는 인간이 수치스러워할 때 가장 쉽게 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빛 앞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기에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받아
들이고 가슴 깊이 품는다면 그것이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빛을 품고 있으면 아무리 흉악한 악마라해도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