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복음묵상/루가13,1-9/3월15일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 빌라도가 희생물을 드리던 사람
들을 학살했다고 말하고 있다. 희생물을 드리는 것이 그 자체로는
옳은 행위여서 잘못때문에 벌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고 당시는 로
마인들의 식민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짐작컨대 사람들은 예수님께
그런 말씀을 드리면서 은근히 예수님께서 빌라도를 책하여 주시기
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히려 그분은 엉뚱하게 다른 대답
을 하고 계신다. 빌라도를 책하기 보다 오히려 회개를 요구하고 계
신다. 그런 사건들이 각자의 회개를 요구하시는 하느님의 메세지를
드러낸다고 하신다. 이 말씀에서 주님은 모든 사물, 사건 속에서 현
존하시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 주신
다. 그분은 이 모든 것에서 회개를 요구하시는데 이 회개는 우리에
게 고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로서의 해방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우리에게 회개라고 하면 왠지 꺼림직하고 무거운 말로
들리는데 사실 왜곡되고 병든 마음과 생각으로 힘들어 하는 것보다
고칠 때는 힘들어도, 고치고 나면 누릴 엄청난 자유가 기다리고 있
다. 그분은 우리가 자신의 죄로 겪는 고생, 억압,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시고 거기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를 이끄신다. 우리는 순간의 고
통이 싫어서 회개를 기피하지만 그분은 더 넓은 안목과 우리가 자
신의 영혼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우리가 당신의 말씀
을 알아 듣지 못해도 더 할 수 없는 인내로 참아 주시며 모든 사건,
사물 속에서 계속해서 말씀하시고 계신다. 우리 생활 속에서 느끼는
병고와 고뇌와 불행은 우리의 알아 듣지 못함을 인내하시며 오히려
회개의 열매를 맺도록 주시는 거름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완
고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완고함이란 고집, 악습, 그릇된 생각, 응
하지 않음이며 믿음의 부족, 깨닫지 못함, 알아 보지 못함이다. 내게
주어지는 사건들을 다만 인간적으로 알아 듣는 것은 완고함이며 깨
어서 '주님,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하고 묻는 것은 회개의 표시이
다.
나는 어떠한가?
마음의 괴로움을 주님 앞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냥 덮어 두고
참고만 있지 않은가?
내게 일어 나는 불행을 남의 탓으로만 여기지는 않은가?
남이 해 주기를, 남이 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모두는 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 징표이다.
믿음을 가지고 분연히 일어 나자.
199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