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죄의 의미는 크게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사는 것 정도라면 보통 착한 사람들의 기준일 것이고 착한 신자들
이라면 십계명 어기지 않고 잘 지키는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러나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죄인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고 계신
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 자기에게 잘해 주는 사
람에게만 잘해 주는 사람, 되받을 가망이 있는 사람에게만 꾸어 주
는 사람, 이 모두가 죄인이다.
이게 어떻게 죄인인가! 이 모습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본능이 아닌
가!
그러나 그분은 분명히 서로 사랑하라는 것을 당신 계명으로 주셨다.
원수, 자기에게 잘해 주는 사람 가릴 것 없이 모두 사랑하는 사람.
은혜를 아는 자, 모르는 자 가리지 않고 자비로운 자. 곧 하느님을
닮은 자가 바로 의인이다. 이것은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우리는
그분 앞에 겸손되이 무능을 고백할 뿐이고 그분의 힘으로 이것들을
할 수 있다. 성인들이 그렇게 사셨고 그렇게 해냈다. 이처럼 그분의
힘으로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분은 조금도 당신의 공로를 드러내거
나 뽐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장하다고 우리를 칭찬하시는 분이시다.
'너희가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
엇이겠느냐?'라는 말씀은 '너희가 원수도 사랑한다면 칭찬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 힘으로 해낸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그분이 모든 것을 해주신 것을 알지만 그분이 우
리를 장하다고 칭찬해 주실 그 천국은 얼마나 고맙고 벅찬 곳일까!
그러므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랑하지 않는 자, 그저 소극적
으로, 우리가 아는 정도의 죄를 범하지 않고 살기만을 원하는 자는
그런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랑의 부르심은 힘들지만 행복과 기쁨의 초대인 것이다.
적극적 사랑의 삶을 살자. "서로 사랑하여라!" "남에게서 바라는 대
로 남에게 해 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