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날아다녀요
여기 칠판 위에 새가 몇 마리 그려져 있어요.
분필로 그린 새다리 몇 개
내 꿈의 비밀을 그려 보고
또 지워요.
여기 가위가 있고 물결 모양의 새털을 그렸지만
어쩐담.
물이 흘러넘치고
비오듯 선이 그어져 있는 걸.
여기 지우개와 철사줄이 있어요.
등에는
책가방 그리고
새가 그려져 있는 칠판.
장 꼭도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본래 꿈을 잘 안 꾸는 편인데 요즘은 웬일인지
꿈을 자주 꾸고 또 그것이 오래 기억된다.
어제는 만난지 오래된 사람이 꿈에 보였는데
아침에 좀 피곤하였다.
오월은 어린이날로 시작하는 가정의 달이라고해서 그런지
텔레비전에서도 신문에서도 귀여운 아이들 얼굴을 많이
보게 된다. 마리모 라가와의 [아기와 나]에 나오는
'진'이 같은 귀여운 아이들이 종종거리며 동물원 같은 데
돌아다니는 모습은 티비로 보아도 참 귀엽다.
장 꼭도의 시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시인 듯.
유치원 고학년 쯤 되는 아이가 방과 후에 칠판 앞에 남아서
어젯밤에 꾼 꿈을 생각하고 있다.....
기억은 아슴프레하고 아직 꿈에서 깬 것 같지 않아 문득
머리를 들어보니 칠판 위에 새가 몇 마리 그려져 있고...
가위가 하나, 물결 모양의 새털...그러나 어쩌나? 비오듯
선이 그어져 물이 흘러넘치는 걸, 새는 물에 잠겼다.
지우개로 물을 지워볼까? 아니 어쩌면 이건 비가 아니라
철사줄을 그린 건지도 몰라.
여직 아이는 제 꿈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책가방을 멘 채
새가 그려져 있는 칠판 앞에 서 있다.
나도 이젠 어른이 되었고 새가 나는 비밀스럽고 매력적인
꿈을 꾸는 대신 예전에 만났던 이들을 보거나, 의사한테 가서
뭔가를 낫게 하는 일 같은 꿈을 꾼다.
내 꿈의 비밀은 훨씬 더 아래에 있는 것처럼만 느껴져서
아직도 이런 멋진 꿈을 꾸는 프랑스 시인에게 샘이 나기도 하는
것일까.
<2000.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