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경]
수도원 성당에서
우리 수도원의 성당은 한쪽으로만 창이 나 있고
나머지는 벽을 면하고 있어 대낮에도 몹시 어둡다.
형제들이 '마치 동굴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 하면서 성당에
들어가는데 그래서 '우리도 언젠가 천정도 높고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 창을 가진 성당을 가져보았으면....'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이 사는 곳은 소박하다하더라도, 아니 좀 초라할지라도
성당은 좀 크고 멋있었으면 하는 꿈을 꾸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지. 지금도 뭐 크게 나쁜 건 아니지만....
불을 켜지 않고 성당 맨앞 장궤틀에 가 앉아 있으면
정면의 십자 고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오 분쯤
지나면 푸른 빛이 도는 젊은 예수님의 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내게 잘 보이는 곳으로 예수님이 나와요."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을 보기 위해 내 시력을 맞추는 것이 원안이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 같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성당에 와 컴컴한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치 성당의 한 부속품, 가령 장궤틀이라도 된 양
자신의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이상도 하지, 갑작스럽게 삐그덕 하는 소리나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벽이나 가구들이 내는 소리다.
그래서 '내가 조용하니까 아무도 없는 줄로 알고 장궤틀이나
십사 처들이 지들끼리 얘기하는 모양이군'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가 조용해지면, 내가 침묵하면
다른 존재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상적인 침묵 말고 마음의 침묵을 알게 되면
내 입은 닫혀 있다 해도 온갖 왁자한 소리들이 마음속에서
얼마나 와글거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그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 말씀을
듣는 일, 어둠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뵐 수 있도록
내 시력을 맞추는 일이 정말 중요함을
어두컴컴하고 소박한 우리 성당에 앉아 배운다.
"기도생활로 접어든 사람이 가져야 할 열망의 전부는
(매우 중요한 이 점을 잊지 마십시오) 있는 정성을 다하여서
자기의 뜻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기로 노력하고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에 있습니다...."
---- 예수의 성녀 데레사,[영혼의 성]에서
200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