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경]
우후죽순(雨後竹筍)
雨後竹筍
따뜻한 남쪽 하늘 아래서 남 부럽지
않게 살다
어느날 전 서울 미아리 수도원
언덕으로 옮겨졌습니다.
하루 하루가 힘겨웠고
햇살은 따뜻함을 제게 주지
못했습니다.
추웠습니다.
외로웠습니다.
제 얼굴을 씻어주던 남쪽 바람이
그리울 때마다
전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하지만 잊혀지는
것이 제일 싫었습니다.
몇 해를 그리 생존했는지
모릅니다.
거의, 완전히 잊혀질 무렵의 따뜻한
봄날
밤새워 촉촉한 눈물로 제 죽음을
슬퍼하던
따뜻한 봄비의 사랑에 감사하던
날
생명이 불쑥 새순이
돋았습니다.
해를, 바람을, 새 하늘을
마주했습니다.
우후죽순, 제 이름은
수도자입니다.
200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