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세상에 나의 것이 있을까?
마태오 복음 5장 20 -26절
오랜동안 애태우던 작물이
겨우 겨우 위로 뻗고, 잎이 넓어지고, 대도 굵어지던 때였습니다.
근데 며칠 새에 쑥밭이 되어버렸네요.
즉슨, 잎이 부드러운 어릴 때에
까치들이 그렇게 쪼아먹는답니다.
너무 흉칙하고 처참했습니다.
속이 어찌나 쓰리던지..
저희야 수련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걸루 생계를 꾸려야 하는 농부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가슴이 너무 아펐습니다.
내가 형제든, 누구에게든 성을 낼 때는 언제일까요?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누군가가 망쳤다, 빼앗았다'라고
생각할 때인것 같습니다. 내지는 피해를 볼까봐서 경계하거나.
이 세상에 나의 것이 있을까요?
나의 옷, 나의 책, 나의 형제, 부모, 이웃, 나의 감정, 시간..
모두 다 하느님으로부터 잠시동안 빌린 것일뿐.
나를 비롯, 나의 소유로 보이는 것들 모두 다 하느님의 것입니다.
내 감정, 내 생각까지도...
하느님께 다시 돌려드릴 것을 생각한다면
깨끗이 써야겠지요.
하느님의 소유인 우리이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하느님 뜻에 맞는다면 우리는 시작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절대 집착해서는 안되고, 소유하려해도 안됩니다.
나의 것이 아닌 것을 소유하고, 또 점점 불려 나가려 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귀찮고, 성가실 것입니다.
그래서 성을 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것이겠지요.
내가 그 놈의 까치 선생 땜에 화가 나는 것은
아마 그 옥수수를 나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열심히 공을 드렸는데도 잘 안된 것은
나의 정성이 부족했거나,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겠지요.
하던 것이 잘 안되어 마음이 상하고, 가슴이 아려도
거기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나의 잘못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겸손함과 초연함을 청해봅니다.
200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