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경]
이야기 두 자루
1.
우리 사촌형수는 제주도에서 시집왔는데
안사돈어른 되시는 분은 물일을 하는 잠녀였대요.
제주도에서는 해녀가 일본식 말이라 해서 해녀라고 안 하고
잠녀(潛女)라고 한답니다.
제주도 잠녀들은 물질 솜씨가 뛰어나기로 이름나있는데
예전에는 우리나라 본토(?) 해안까지 나와서 일하기도 했었고
일제 시대에는 멀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중국의 뤼순, 따렌 같은 곳
까지도 진출했었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그 분이 젊었을 적에 바다로 일하러 갔는데
물 속에 커다란 섬이 있어서 거기에서 전복을 세 홍서리(잠녀들이
갖고 다니는 망태기 같은 것)나 땄었다는군요.
그런데 전복을 다 따고 나니까 그 섬이 슬슬 움직여 가더래요.
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고래였던 거지.
고래는 몸에 전복이 붙어 있었으니
굉장히 가려웠겠지요.
그걸 잡아줬으니 아마 소한테서 진드기 긁어주듯이 시원했었겠지....
2.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는데 세상에는 모두 사람만 사는 것 같지만
그건 모르는 거래요. 때로 쥐같은 사람, 소 같은 사람들도 있대.
그런데 그게 우리 눈에는 다 사람으로 보이지만 호랑이가 보면
다 보인대요. 그러니까 호랑이 속눈썹을 하나, 쏙 뽑아서
이렇게 눈에다 대고 보면 호랑이가 보듯이 다 볼 수 있대.
그러니까 음, 저기는 부엉이, 저거는 개, 이렇게 다 보이는 거지....
3.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내게는 넉대소년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도대체 믿기 어려운 말만 하는 사람이라나.
넉대 소년이란 어떤 양치기 소년이 양을 치다가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야, 넉 대다!"하고 외쳤더니 동네 사람들이
"야, 저게 석 대지, 넉 대냐? 도대체 믿을 수 없는
말만 하는 녀석이라니까..." 한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정말 그런 얘길 들으며 자랐는데 어쩌란 말인가.
재미 있는 얘길 해주면 고마워할 것이지...
역시 예언자는 고향에서 대접을 받기 어려운가보다.
2000.11.07